6월 4일 대구 두류동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캠프 해단식. 김부겸 전 국무총리(이하 경칭 생략)가 연설 말미에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김부겸은 이날 45.05%를 득표해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53.92%)에 8.87%포인트 차로 졌다. 해단식이 끝나갈 무렵 지지자들이 다소 격한 표현으로 이번 선거의 아쉬움을 표현하자 김부겸은 “자갈밭이라도 갈고 닦으니 또 늘어나고, 또 늘어나고 해서 마침내 옥토로 바꿨던 경험들이 우리 동지들은 있잖느냐”고 주변을 다독였다.
김부겸은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를 치르고 나니까 솔직히 말해서 많이 지친다”며 뜨거웠던 봄을 뒤로 하고 대구 정치판을 떠났다. 3월 30일 그가 대구 동성로 2·28 기념공원에서 “당이 대구를 지켜야지, 왜 맨날 대구가 당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외치며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대구는 ‘김부겸 대망론’으로 들썩였다. 하지만 김부겸은 선거 기간 동안 상대 후보뿐 아니라 중앙 정치 이슈와, 때론 정부·여당과도 맞서며 내우외환의 레이스를 감내해야 했다. 6년 만에 대구로 돌아온 노(老)정객이 67일간 벌인 사투의 변곡점을 톺아봤다.
상승세에 찬물 끼얹은 ‘공취 특검’
초반 기세의 정점은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민주당 국회의원 49명이 참여한 선거사무소 개소식(4월 26일)이었다. 대구 시민 5000여명이 운집한 행사를 두고 캠프 핵심 인사는 “동대구역에 내린 김부겸에게 ‘그래, 보따리에 뭐 가져왔노’라며 기대감을 보이는 대구 시민들을 향해 신뢰를 심어줄 수 있었던 상징적 장면”이라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추 당선인이 선거 공약과 일정을 발표할 때마다 “김부겸을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은 배경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청와대의 SNS
이 대통령이 참전한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도 대구에선 불편한 이슈였다.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제재와 정부 차원의 불매 운동으로 번진 게 화근이었다. 칠성시장 상인 김모(60대)씨는 이를 두고 “기업의 자유를 정부가 나서서 억압하는 것 같아 지켜보는 사람도 불안하게 만든다”(5월 26일)고 말했다. 김부겸은 “이제 이 정도 선에서 그쳤으면 한다. 정부나 정치권이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거나, 소비 자체를 비난하는 분위기로 흐르면 안 된다”(5월 26일)며 악영향을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시 캠프는 2020년 총선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김부겸은 한 게 없다”는 프레임에 말리지 않기 위해 총력 대응 중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연달아 터진 서울발(發) 악재가 이런 노력을 무력화했다.
선거 막판 대구에 등장한 ‘선거의 여왕’
5월 25일부터 재개된 ‘벽치기 유세’도 그렇게 시작됐다. 아파트 단지에서 벽을 향해 연설한다고 해 이름 붙여진 벽치기는 2016년 대구 수성갑 선거 승리 신화를 쓴 김부겸만의 독특한 유세법이다. 김부겸은 TV토론이 개최된 5월 26일 외에는 매일 유세차를 타고 대구 구석구석을 누비며 “보수의 심장 지키려다 대구 심장 다 꺼져갑니더”라고 외쳤다. 대구 전역에 설치한 현수막 문구는 ‘김부겸, 대구 경제 살릴 마지막 기회’가 됐다. 비슷한 시기 부인 이유미 여사와 둘째 딸 배우 윤세인(본명 김지수)씨까지 함께 전통시장을 돌며 남편과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부겸은 5월 3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막판 변수는 마지막 순간의 마음”이라며 “내게 남은 일은 끝까지 진심을 전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6월 2일 마지막 유세 때 작고한 선친을 향해 “도와주이소”라며 사부곡(思父曲)을 부르고 눈물을 보인 것도 계획에 없던 즉흥적 감정의 발로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