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서 육상자위대 사열, 만찬도
일본이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27일 황궁에서 극진한 환영식을 열었다. 필리핀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2015년 베니그노 아키노 당시 대통령 이후 11년 만으로 양국 국교 정상화 70년을 기념한 것이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과 준동맹 수준의 결속을 맺는 가운데,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못지않은 특급 대우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도쿄 황궁으로 초대돼 육상자위대 의장대 사열을 받았으며, 나루히토 천황 부부가 현관 앞까지 마중 나왔다. 천황 동생인 후미히토 친왕(親王·황족에게 붙이는 칭호) 부부와 다카이치 총리도 참석했고, 접견실에서 천황 부부와 대화를 나눴다.
이날 만찬도 황궁에서 천황 주관으로 열렸다. 만찬에는 천황 승계 서열 2위이자, 후미히토 친왕의 장남인 히사히토(20) 친왕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대학생이 된 히사히토는 최근 공식 행사 참석을 늘리고 있는데, 해외 정상 국빈 만찬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일본이 필리핀과 미래를 함께할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만찬에 초대할 예정이다.
일본은 최근 필리핀과 ‘준동맹국’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관할이라 주장하는 중국과 가장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나라로, 중국의 해양 군사 팽창을 억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 인도에 나서고 있다. 각종 공적 지원 제도를 통해 해안 감시 레이더, 대형 순시선 등을 지원해 왔으며 지난달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해제한 뒤, 아부쿠마급 호위함과 해상자위대 항공기 TC90를 수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일본은 호주·영국에 이어 2024년 필리핀과 RAA(상호 접근 협정)를 맺어 양국 군대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난 8일까지 진행된 미국·필리핀 주도의 다국적 연례 훈련 ‘발리카탄’에 대규모로 참가했다. 올해 발리카탄엔 중국의 대만 상륙 시나리오를 상정한 미사일 방어 및 실사격 훈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의 군사 협력과 공급망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군사 정보를 교환하는 지소미아(GSOMIA) 협정을 동남아국 중 필리핀과 최초로 맺는 한편, 중요 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동 조달과 대체 수송에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